인물

야옹野翁 범현식范玹植<처사,선비>
적은 즐거움을 좋아하는 아름다운 선비 “야옹野翁 범현식范玹植”

 범현식(1862~1923)은 대한제국기의 유학자. 자는 양선良善. 호는 야옹

野翁. 본관 금성. 윤숙潤璹의 아들로 광주 북구 생룡동에서 출생하였다.

일찍이 송사 기우만을 찾아 수업하여 경사를 널리 통하고 성리를 명백

히 밝히었다.

1890년(고종 27) 무렵에 그의 강학소 겸 처소로 세운 야옹정野翁亭이

있다. 여기 후석後石 오준선(吳駿善 1851~1931)의 기문이 있다.

이곳은 당대의 유명인들 집합소로 순국지사 연재 송병순의 아들 지재止

齋 송철헌宋哲憲, 성지재 송동식, 경당敬堂 최윤환(崔允煥 1898 ~1979)

의 시가 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일제강점기 초기에 이곳에서 이들과 활

발하게 교유하였다.

또 그는 선조의 묘 가까운 곳에 또 죽취정竹翠亭을 지어 선조를 추모하

며 강학소로 사용했으며 아들 희채가 중수하고 이곳에는 순국지사 심석

송병순의 재액과 후석 오준선의 기記와 석음 박노술, 춘단 기동준, 송사

기우만, 난와 오계수, 경당 최윤환의 시가 전하고 있다.

그는 사람됨이 욕심이 없어 언제나 스스로 적은 즐거움을 좋아하는 아

름다운 선비였다.

                                     야옹정기 번역문

 평평한 들을 배경으로 정자를 지은 주인 늙은이가 외로이 정자 위에 앉

아 그 이름을 야옹이라 한 것은 그의 실지를 표현한 것이다.

이 정자의 주인이 날마다 여기에 거처하며 그의 마음을 경사에 두고 또

그의 뜻을 농포에 의탁하였다. 바쁜 일이 없는 한가할 때는 동쪽 언덕과

서쪽 밭두둑을 산책하고 몸이 고달파 쉴 때는 처마 밑 토상 위에 임의로

자적하여 그의 몸을 편안히 하였다.

엎드려 맑은 들녘을 보고 고개를 들어 먼 산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느

덧 맑은 바람이 실내에 불어오고 밝은 달빛이 회중을 향하여 비치고 있

다. 한가한 넓은 들에서 사는 이 즐거움을 어찌 말로 형언할 수 있겠는가?

이외에도 봄, 가을 두 철에 지내는 사제의 제주가 넉넉하여 일할 때 입

은 작업복으로 서로 자리를 다투어 가며 즐겁게 마시는 일이라든지 책을

펴고 글을 읽는 늙은 나무의 그늘이 시원하여 마을 아이들이 공부하려 모

여드는 일 등은 이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뜰 위에 섞인 티끌이 없고 빈방에 남은 한가함이 있다.’라는 옛말이 이

를 두고 이름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고 또 어지러운 이 세상이 아무리 백번의 변천이 있다 할지라도 이

늙은이의 굳은 뜻은 조금도 변함이 없으며 또 이치에 맞지 않은 괴상한

말이 아무리 세상에 가득하다 할지라도 이 늙은이의 맑은 지조는 조금도

흔들림이 없다. 그가 보고 읽는 것은 모두 옛날 성인이 지은 글뿐이요, 또

그가 행하고 익힌 것은 모두 옛날 선왕이 만든 예뿐이다.

  그의 이러한 행위가 얼핏 세상을 버린 망세자처럼 보이지만 그의 힘으

로 농사를 지어 소식을 아니 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세상을 완

전히 잊은 벌 단의 군자나 하소의 장인 등에는 미치지 못한다 할지라도 그

다음의 아류에 속할 수 있는 위치가 된다는 점에서 부자께서 말씀하신 선

진지 야인이라는 그 부류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내 일찍 들은 바에 의하면 ‘세상을 등진 은둔한 사람들이 반드시

산꼭대기나 물가에 들어가 그의 고상한 지위를 이뤘다.’라고 한다. 그런

데도 이 늙은이는 이와 달리 산수를 버리고 농촌의 들녘을 택하게 되었다.

그의 깊은 뜻은 알 수 없지만, 옛날 고인의 ‘시냇가에 사는 늙은이는 언제

나 시냇가에 있기 마련이고 산 가운데 사는 늙은이는 언제나 산속에 머물

러 있다. 그러나 들 가운데 사는 사람은 그의 뜻대로 냇가와 산속을 드나

들 수 있다.’라고 하였다.

  이 시의 뜻으로 미루어 생각한다면 비록 산이나 강이 아닌 들녘에 산다

고 할지라도 그의 뜻대로 산에 올라 나물을 캐어 그 맛을 즐길 수 있고 또

물가에 나아가 고기를 잡아 생선을 먹을 수 있으므로 구태여 한가한 들녘

을 버리고 외로운 산수의 사이를 방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오늘의 이 늙은이가 시간의 제한 없이 그의 편리 때문에 산수의 사이를

내왕하며 스스로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의 몸은 비록 한

가한 넓은 들녘에 있다 할지라도 그 마음의 즐겨한 바가 거의 산수의 사이

에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내 비록 병들고 쇠약하여 한 번도 이 정자에 오르지 못하였으나 이 늙

은이의 마음에 있어서는 익히 알고 있는 처지이기 때문에 그의 마음을 헤

아려 이 기문을 지은 바이다.

주인 늙은이의 성은 범 씨이고 이름은 현식이며 그의 사람됨이 욕심이

없어 언제나 스스로 소락을 즐겨하는 아름다운 선비이다.

- 금성 오준선 -


출전 지산 지리지, 북구 문화유적, 광주의 문화유적, 남도 정자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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